무질서한 태풍과 캐러밴이 가로지르는 밤의 사막이 그들을 둘러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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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7 21:21:44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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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한 태풍과 캐러밴이 가로지르는 밤의 사막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그의 주위에는 항상 비밀과 위험이 있다. 눈이 가려졌을 때 손을 움직이다가 모래에 묻힌 면도칼에 손을 벤 적도 있었다. 때때로 그는 이 모든 것이 꿈인지 아닌지조차 모른다. 고통도 주지 않을만큼 깨끗한 상처. 그는 머리(얼굴은 아직도 건드릴 수 없다) 의 피를 닦아올려 그를 잡은 자들에게 상처를 알려야 했다. 완전한 침묵 속에서, 혹은 달을 못한 한 달 동안 운반되어 도착한 여자가 없는 마을. 이 모든 것이 꾸며 낸 이야기인가? 기름과 펠트 천과 어둠에 싸여 있으면서 꿈을 꾼 것일까.전에 가졌던 재주들.왜냐하면 왜냐하면 이 사람은 개화된 세계를 믿기 때문이에요. 킵은 개화된 사람이에요.그녀는 얇은 옷 아래 발을 숨기고 허벅지 옆에 팔을 내려놓는다. 모든 것이 고요하다. 귀에 익은 공허한 물거품 소리를 듣는다. 분수 한가운데 줄기에 묻힌 파이프의 들뜬 소리, 그리고는 침묵 그리고 갑자기 그녀가 있는 것으로 쏟아지듯 몰려온 물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그는 영국인을 사랑하기 시작했다.침대도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단세포 생물처럼 기온과 바람과 빛에 따라 때로는 영국인 환자 방에서 자기도 하고 때로는 복도에 쓰러져 잠들기도 했다. 아침이면 매트리스를 말아서 바퀴에 끈으로 묶어 두었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그녀는 어둠을 몰아내고 햇빛에 습기를 말리느라 곧잘 방문을 열어두었다. 이따금은 방문을 열어젖히고 벽이 떨어져나간 방에서 잤다. 방의 구석자리에 침상을 펴고 별들이 떠내려가는 풍경과 흐르는 구름을 마주한 채 천둥 번개에 깨어나기도 했다. 그녀는 스무 살이었고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으며 안전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도서실의 위험이나 어둠을 뚫고 울려퍼지는 천둥 소리 같은 것을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추운 계절 동안 어둠과 닫힌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 답답했다. 군인들이 더럽힌 방과 불 탄 가구들이 들어찬 방으로 들어갔다. 나뭇잎과 똥과 오줌과 그을린 탁자를 치
그녀는 그의 가슴에 줄을 긋듯 캘러마인(소염제의 일종. 옮긴이)을 뿌린다. 화상이 비교적 가벼운 가슴은 그녀가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녀는 갈비뼈 아래 푹 꺼진 부분, 그 살결 속의 벼랑을 좋아한다. 어깨로 옮겨가면서 목에 대고 시원한 바람을 불어 주면 그는 웅얼거린다.그래서 당신이 그녀를 데려가기엔 너무 심하게 다쳤다는 거군. 나는 내가 저주받은 대지로 들어갔다거나 사악한 처지로 유혹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모든 장소와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는 선물이었어. 수영하는 이들의 동굴에서 벽화를 찾아낸 일. 탐험중에 매독스와 함께 버든스를 부르던 일. 사막에 있는 우리들에게 나타난 캐더린. 붉게 칠해진 콘크리트 바닥 위를 걸어 그녀에게로 다가가 무릎을 꿇던 나의 모습, 내가 마치 소년인 양 나의 머리를 받아주던 그녀의 배, 나에게 총을 감별하게 했던 그 부족들이 나를 치료해준 일. 우리 네 사람, 해나와 당신과 공병까지도.밤에 때때로 영국인 환자가 잠들었을 때, 또는 그의 방 앞에서 한동안 혼자 책을 읽고 난 뒤 그녀는 카라바조를 찾아 나선다. 그는 정원의 분수대 돌난간 위에 누워 별을 보고 있거나, 아니면 아래층 테라스에서 그녀와 만난다. 그는 대개 지붕위의 깨진 굴뚝 옆에 있다가 그녀가 자기를 찾는 모습이 테라스에 보이면 조용히 내려온다. 그녀는 머리가 없는 백작의 동상 주변에서 그를 찾아낸다. 동사의 잘린 목은 동네 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즐겨 앉았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얌전하게 침을 흘리는 자리다. 언제나 그녀가 그를 찾아 낸 것처럼 느끼게 되어 있다. 어둠을 알고, 술이 취하면 자신이 올빼미 가족의 손에 길러졌다고 우기던 남자.당신은 날 안고 있기로 했어요?만일 그녀가 책을 읽고 있거나 영국인에게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면 그는 아마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해나를 혼자 있는 젊은 여인으로 바라본다. 오늘밤 지뢰 폭발의 장면을 보면서 그는 그날 오후 지뢰 분해작업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제거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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